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김에 블로그도 다시 훑어보았다. 그런데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로 회고를 제대로 작성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조금 늦었지만 2024년을 되짚어볼 겸 회고를 남겨보고자 한다!
새해 시작은 항상 계획적이다
2024년의 시작은 계획적이었다. 대학생으로 지내는 마지막 해이자 대학생으로 결과를 남길 수 있는 마지막 해다. 늦게나마 개발공부를 시작해서 더 계획적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했다. 그래서 연초에 생각해내고 다짐한 것들은 많다. 그런데 정작 이룬 건 많지 않다.
용두사미란 말이 연상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거라도 이룬 게 어딘가 싶다. 올해는 유독 힘에 겨운 일이 많았기 때문에 전부 그만두고 싶었다. 그래도 맡은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꾸준히 해왔다. 물론 지금 놓으면 앞으로 영영 놓아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더 그만둘 수 없기도 했다. 더군다나 외부적으로 시장의 변화도 가팔랐다. AI의 발전으로 더더욱 미래가 함부로 예측이 안된다. 정말 불안정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과 상태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낀다.
캡스톤디자인, 딱 대
처음 계획했던 건 프로젝트 경험을 더 쌓는 거였다. 2024년을 맞이했을 땐 프로젝트 경험이 딱 한 번이었다. 물론 그 한 번도 정말 다양한 것을 경험했기에 의미 있었다. 그러나 이걸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더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는 제대로 무언가를 더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캡스톤디자인을 수강했다. 친구와 팀을 이뤘고 결국 알고리즘의 진행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시각화한 웹 서비스를 만들었다.
https://github.com/ViewGorithm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친구와 팀을 이뤄 만들었다고 했지만 그동안 여러 자잘한 썰이 많이 생겼다. 처음으로 프론트엔드로 참여했는데 30%정도 완성해놓고 Vite라는 것을 알아서 프로젝트 파일을 옮겨야 했다거나, 로그인 구현 작업이 늦어져서 하는 수 없이 풀스택으로 투입해야 됐다거나, 도커 이미지를 빌드할 때 최신 jar 파일을 포함하지 않아서 오류투성이 로그를 봤다거나... 심지어 마감을 하루 남겨놓고 Nginx 설정 오류를 해결하느라 진땀을 뺀 적도 있었다.
분명 결과로 가는 길에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팀원이자 친구와 함께 좋은 추억도 남겼다. 특히 저녁밥 먹으면서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마냥 재밌게 웃었던 느낌만은 분명하다. 이런 시간들이 있기에 한 학기 동안 했던 프로젝트 활동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거겠지. 역시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게 더 즐겁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았다. 물론 실력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고, 프론트엔드 파트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알찬 경험이었다.
GDSC 2기를 마치며
GDSC에 대한 회고를 하기 전에 먼저 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이전부터 공무원을 하려고 했었다. 여러 이유와 사정이 있었고 이 길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개발자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적성에 맞는지 몰라서 시작도 전에 포기하고 있었다. 젊었을 때 해보자는 생각으로 한 번 이 길을 걸어보자는 다짐을 했다. 다만, 다짐한 것까진 좋은데 "그래서 이제 뭐함?" 이 돼버렸다. 일단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알아보았고, 동아리에 들어갈 것을 추천받았다. 사실 새내기 때도 IT 동아리에 지원을 했었는데 정말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지원했고 관련 지식이 단 1도 없어서 뽑히진 않았다... 아마 그때 뽑혔으면 어땠을지 상상도 안된다.
여튼 모집중인 동아리를 찾아봤는데 교외 동아리가 하나 있었고, 교내 동아리는 GDSC가 모집중이었다. 교외 동아리는 초심자가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GDSC에 일단 지원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3학년이기도 하고 타학부이다 보니 아무래도 같은 학부에 학번도 낮은 사람들이랑 경쟁하긴 힘들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가서 열정이라도 보이자는 생각에 면접을 봤다. 기억은 안나지만 기술적인 질문도 2~3개 받았던 것 같다. 다행히 심사를 본 학우분들이 잘 봐주어서 결과는 아래와 같이 나왔다!
합격했고, 이제야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열정이 넘쳤다. 정말 열심히 했다. 학기 중에 20학점 이상 들으면서 세션에 참여했고, 과제도 꼬박꼬박 해서 냈다. 여기서 해온 활동이 지금까지도 도움이 되었다. 좋은 사람들도 알게 됐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떻게 다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될 정도다!
개발에 관한 부분도 그렇지만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낯을 상당히 많이 가리는 성격이 이득이 되지 않아 바뀌어보려고 이전부터 여러 노력을 했고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인원이 많은 동아리는 처음이었다. 적응하는 것이 동아리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지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해서 천만다행이다. 스스로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분명히 알게 됐다.
솔루션챌린지에 참여하고 각종 경진대회, 시험 등을 바삐 보내니 어느새 6월이 됐다. 수료식이 있던 날에 회고도 했었는데 내 생각은 앞의 사람들이 다 얘기해서 더 할말은 없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는 내용으로 일단 말했다. 그런데 동아리 대표인 친구(진취적이고 멋진 사람이다!)가 무엇을 배웠냐고 가볍게 물어보았다. 이 글에 작성한대로 말하지 않고 실제로 배웠던 것으로 얼버무렸던 게 약간 후회된다. 개인적인 진심을 다수 앞에서 말하기에는 부끄러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활동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이야기해주고 싶다.
구름톤 유니브 그리고, 단풍톤
GDSC 활동은 끝났다. 이제 성장을 위해 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아야 할지 생각해보아야 했다. 아직 대학생으로 지내야 할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교내든 교외든 동아리 활동을 하나 더 하고자 했다. 일단 외부로 눈을 돌렸지만 진짜 경쟁이 심했다. 몇 개나 넣었는데 면접을 못간 게 수두룩 하다... 적어도 해온 활동도 있고 공부도 꾸준히 하니 면접은 갈 줄 알았는데 역시 쉽지 않다. 아쉬운 것도 있다. 내 열정을 보여줄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Git이든 티스토리 글이든 꾸준히 발자취를 남겨야겠다.
앞과 같은 회고를 하고 있자니 우연히 구름톤 유니브에서 인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다. 이거다 싶어서 바로 지원를 넣고 면접을 보고 들어갔다. 구름톤 유니브의 메인 이벤트인 단풍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과제가 있었고, 서로의 코드를 리뷰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당연 내가 모르던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스로를 잘 컨트롤하지 못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고, 약간의 번아웃도 찾아왔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멘탈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해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을 다른 사람이 리뷰해주었고, 두 말 할 것 없이 창피했다.. 차라리 무리를 해서라도 조금 쉬어가도 됐을 텐데 강박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 게 참 아쉽다. 스스로 뭐가 최선인지 항상 잘 생각하고 선택해야겠다.
단풍톤
단풍톤은 구름톤 유니브에서 주최하는 해커톤이다. 예선전을 치루고 몇몇 팀만 본선으로 진출하는 형식이다.
- 11월 23-24일 무박 2일
예선기간은 위와 같이 진행됐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전에 한 달 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1주 전까지 사전개발은 못해도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고, 1주 전부터 개발이 가능하다.
팀빌딩 기간 동안 여러 팀이 만들어졌고, 나는 자기PR에서 내 경험을 좋게 봐준 분 덕분에 한 팀에 들어가게 됐다. 학교 외 사람들과 함께 팀을 이뤄 작업을 한 적은 처음인지라 조금 긴장했었다. 처음엔 다들 서먹하고 딱딱한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괜찮아졌고 해커톤 당일에는 함께 웃으면서 재밌게 작업했다!
장소는 카카오 AI 캠퍼스였다. 상당히 좋은 시설이었고, 무엇보다 밥이 맛있었다! 역시 네임드는 달라.
하나 썰을 풀어보자면 사전개발 기간에 API 연동을 하려던 중에 갑자기 카카오 로그인이 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 부분도 정리해서 올리겠지만 여전히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 도커 컨테이너 설정 오류였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스프링 컨테이너에서 카카오 Authorization server에 요청이 가지 않았다. 이로 인해 48시간 동안 자지 않고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팀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지 하나로 다음날까지 각성 상태로 해결방법을 이잡듯이 뒤졌다. 결국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여유가 있었다면 아마 조금 더 차분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해커톤 기간 동안 여러 일이 있었지만 다들 정말 열심히 해주었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멋지고 이상적인 팀이었다!
구름톤 유니브 활동부터 단풍톤까지 또 성장을 이뤘다. 단지 아쉬운 점이 세 가지 있다. 하나는 회의에서 조금 더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할 순간에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완성에 집착한 나머지 완성도에서 신경을 덜 썼고, "이 부분은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도 의견을 어필하는 데에 망설임이 생겼다. 또 하나는 너무 시간에 쫓겨 기술적인 도전을 별로 하지 않았단 것이다. CI/CD를 구축할 때 Jenkins를 사용해도 됐지만 GitHub Actions를 선택했다. 사용경험도 있고 EC2의 리소스를 더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커톤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게 돌이켜보면 진심으로 아쉽다. 나머지 하나는 교내 유니브 활동에서 같은 부원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이 부분을 고치면 훨씬 나아지겠다 싶은 부분이 여럿 보였는데 반도 알려주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개인적인 이슈로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고 부끄럽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든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적극적으로 동료를 돕고자 한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기술적 도전을 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목표를 위해 옳다고 믿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2024년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지만 올해는 성장하는 해였다. 때론 나로부터, 때론 타의로부터 비롯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복기하였고, 이겨내었다. 그리고 아직 여전히 서툴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생각한다. 더 이상 부정에 휩싸여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항상 정해져 있다. 그러니 그걸 하면 된다.
이런 교훈을 깨닫고 눈앞에 일에 집중했더니 연말을 장식할 성과도 올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참여해서 전문 교수님에게는 모래알보다 많은 지적을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개발자와 사업자의 마인드의 차이,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와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가 얼마나 다른지, 현실적인 수익구조 설계 등등 무수히 많은 내용을 배웠다. 마지막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팀원과 함께 성실히 해내었고 최종결과 발표도 잘 마무리하여 우수 창업동아리로 선정되었다.
2025년에는
푸른 뱀의 해(을사년)가 왔다. 을사년의 의미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을사년에서 을(乙)은 푸른색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양의 오행에서 나무(木)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생명력과 성장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뱀(巳)은 뛰어난 통찰력과 직관력을 가진 동물인데, 이 둘이 합쳐진 을사년은 새로운 시작, 지혜로운 변혁, 성장과 발전을 의미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 의미대로 올해는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성장하고 발전하여 어엿한 사회구성원이 되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 이전부터 생각만 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것을 시작하고, 배움의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활용한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자만하지 않고 항상 배우고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자.
끝으로, 2025년이 대내외적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원하는 결과를 이루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2025.1.9) - 다들 감기조심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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